영화, 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등 이야기를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
by 지녀
꽃의 나라.
소설창작 과제로 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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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놀이 가지 않을래?”

 “꽃놀이는 무슨 꽃놀이야. 나, 사람 많은 곳 싫어하는 거 알잖아?”

 “학교 시험 때문에 작년엔 못 갔단 말이야. 올해는 벚꽃이 예년보다 빨리 피어서 시험기간 좀 전에 절정이라고 TV에서 그랬다구."

 수현은 지희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해서 26이나 먹은 이제야 졸업반이 된 수현은, 자신과 5살 차이인 지희의 투정이 마냥 귀여웠지만, 이럴 때는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다.

 ‘꽃놀이라……. 나도 저 맘 때 즈음에는 좋아라했었지.’

 21살. 이렇게 청쾌하고 따사로운 날씨가 계속되는 시즌에는 가만히 앉아있기가 힘든 나이인 것이다. 이제는 봄이 와도 그다지 설레지 않는 자신을 보며, 수현은 자신이 그렇게 나이가 들어버린 것인가에 대해 순간 고민했다. 아직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닌데.

 “가자, 가자가자.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고 말거야.”

 “그래 가자.”

 “진짜?”

 드디어 받아낸 승낙에 지희는 뛸 듯이 기뻤다. 평소, 로맨스라고는 눈에 씻고도 찾을 수 없는 수현이었기에, 사귀기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다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같이 이렇다 할 여행 한 번 가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꽃놀이다, 바다다, 계곡이다, 뭐다 해서 산으로, 들로, 바다로 여행을 떠날 때, 수현이 자신을 이끌고 다닌 곳은 기껏해야 술집 뿐 이었다. 뭐 물론 지희 자신도 상당한 애주가라 자부하기에 그것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자친구와 경치 좋은 곳에서 분위기 한 번 잡아보고 싶은 것이 여심이었다.

 “그럼 내가 알아 둔 곳이 있는데, 거기로 가지 않을래? 오빠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니까, 그다지 유명하지 않는 곳으로 찾아놨어.”

 “그럼 거기로 가던가. 어딘데?”





 수현은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처음에 지희가 설명한 곳이 마산이라고 했을 때는 그저 고향이라 본가도 거기에 있고 해서, 부모님에게 지희를 인사도 한 번 시킬 겸, 숙박비도 아낄 겸해서 겸사겸사 괜찮겠구나라는 생각 뿐 이었다. 마산고속터미널에서 내려서 시내버스로 갈아 탈 때에도 시내버스 노선과 번호가 모두 바뀌어 버려 자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마산을 내려오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에 조금 황당하긴 했지만, 당황할 이유는 없었었다. 하지만 시내버스는 마산 시가지를 빠져나가 외곽으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내버스가 달리면 달릴수록 가까워져가는 목적지가,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장소라는 것이 수현을 조금 당혹하게 했다.

 “혹시, 안녕고개에 가는 거야?”

 “어떻게 알았어? 역시 20년 마산토박이라 틀리긴 틀리구나.”

 안녕고개. 그곳은 마산의 숨겨진 명소 중 하나였다.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산만을 옆에 끼고 있는 고개를 따라 심어진 가로수가 모두 벚나무여서, 벚꽃이 만발할 시기가 되면 흐드러지는 벚꽃과 고개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의 경치가 어울려 흔치않은 절경을 이루는 곳이었다. 마산시민들도 어지간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곳이었지만 수현은 과거에 한번 와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이 지금의 수현을 당황시키고 있었다.


 수현과 지희가 내린 곳은 안녕고개에 조금 못 미친 바닷가였다.

 “바다다!”

 버스가 바닷가로 접어드는 순간부터 격앙되기 시작해 목소리가 커져만 가던 지희의 행동은, 버스에서 내리자 절정을 이루었다. 즉, 바다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저럴 때 보면 아직 완전 애라니깐.”

 “오빠가 늙은 거다 뭐!”

 멀리서 들려오는 지희의 대꾸에 수현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나름 작게 말했는데 자신의 말이 들린 모양이었다.

 그리 많은 나이차는 아니지만, 신입생 때부터 5학번이나 차이나는 선배와 사귀는 입장이었기 때문인지 지희는 평소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수현에게는 그것이 가끔은 부자연스럽게 보였고, 자신과 사귀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또한 들었기에 조금 마음에 걸려왔었다. 하지만 바다를 보며 기뻐하는 지희의 모습을 보니 그런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빨리 좀 와!”

 “잠시만!”

 멀리 앞서있는 지희의 외침에 수현은 거칠어진 숨을 몰아 내쉬며 대답했다. 운동부족인 것일까. 졸업반이기에 공부를 하느라 그간 몸을 움직일 시간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지희에게 이렇게 뒤처질 정도로 체력이 약해졌을 줄이야. 그 때는 이 길을 달려서 올라갔지만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쯧쯧쯧……. 늙었어, 늙었어.”

 혀를 차며 놀리는 지희의 말에 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도 이 나이 되어 봐라.’

라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겨우 지희를 따라 잡았다.

 “얼마나 더 가야 되는 거야? 이 오빠 진짜 힘들다.”

 “투덜거리기는……. 조금만 더 가면 돼.”

 헉헉 거리며 이야기 하는 수현에게 지희가 핀잔을 주었다.

 “너……, 그 말 언제부터 했는지 알고 있어?”

 “불평 좀 그만해! 애도 아니고.”

 “내가 너 같은 꼬맹이에게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냐.”

 그렇게 서로 티격태격 거리며 둘은 걸었다. 고개를 넘어 평지로.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저긴가 봐!”

 지희의 외침에 고개를 든 수현의 눈에도 아스라이 분홍빛으로 물든 고개가 보였다. 그리고 어느 새인가 앞서 달려가고 있는 지희의 모습도 보였다.

 “빨리 와!”

 한참을 앞서나가며 지희가 뒤돌아보고 외쳤다.

 “진짜, 체력 하나는 알아준다니깐.”

 수현은 투덜거리며 지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와아.”

 지희는 외마디의 탄성을 지르며 서 있었다. 겨우 지희를 따라잡은 수현도 그제서야 숨을 돌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주의를 기울였다.

 뭐라 말해야할까. 수현의 눈에 비친 풍경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다를 옆에 끼고 고개를 따라 놓아진 도로 주위로, 절정에 이른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하나 둘 떨어지는 꽃잎들이 쌓여, 도로 변을 분홍빛으로 수놓고 있었다. 그 광경에 두 사람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넋을 잃고 서 있던 두 사람의 곁으로 스치듯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자 꽃잎이 눈보라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예쁘다!”

 갑작스레 펼쳐진 절경에 지희는 탄성을 지르며 꽃보라 속으로 뛰어들어 달리기 시작했다.




3


 “누나!”

 희정은 흩날리는 벚꽃 속에 서 있었다. 멀리 희정이 보이자 수현은 더욱 빨리 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희정을 빨리 보고 싶었다. 처음 와 보는 곳이라 여유를 잡고 일찍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늦어버렸기에, 그 시간만큼 희정를 볼 시간이 줄어든 것이 내심 안타까웠다. 그리고,

 “어, 어라?”

 꽈당! 소리와 함께 수현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하지만 이내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뛰었다. 넘어지면서 부딪힌 곳이 아프긴 했지만, 희정의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을 일단 미뤄두고 나서라도.

 “제가 좀 늦었죠?”

 겨우 희정의 앞에 도착한 수현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냐. 나도 방금 왔어.”

 희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수현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희정의 눈에는 수현이 아픈 것을 참고 있는 게 빤히 보였다. 그런 수현의 모습이 희정의 눈에는 너무도 귀엽게 느껴졌다.

 ‘그렇게 꼴사나웠나.’

 웃는 희정을 보며 수현은 생각했다. 자격지심일까. 희정은 5살 연하의 수현을 그저 귀여운 동생으로만 여기고 있었고, 이미 희정을 여자로 느끼고 있는 수현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어른스러운 척하려 노력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어색하듯, 아무래도 그런 행동은 어색하기 마련이었다. 그런 것이 느껴질 때 마다 희정은 수현을 귀여워하며 웃었지만, 수현에게는 그것이 어린애취급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어찌해야 희정에게 남자로 다가 설 수 있는 걸까. 그것이 수현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와아.”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흩날린 꽃잎이 수현과 희정의 주위를 수놓자 수현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불현듯 펼쳐진 절경, 그 황홀한 광경에 수현은 넋을 잃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꽃의 나라로 여행을 떠났던 정신이 돌아오자 수현의 눈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희정의 모습이 들어왔다.

 “누나, 울어요?”

 “응? 어라, 왜 눈물이…….”

 희정은 수현의 말에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왜 울고 있는 가에 대해 의아해 하는 찰라, 수현이 희정을 껴안았다. 순간 희정은 조금 놀랐지만, 생각보다 넓은 수현의 품에 이내 편안함과 따스함을 느꼈다.

 “왜 울고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으응, 아무 일 없어.”

 내가 왜 울고 있는 걸까. 수현의 품에 안겨 희정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왜 울고 그래요? 꽃도 이렇게 예쁘게 피었는데.”

 “그래서야.”

 그랬다. 너무나도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수현을 보며 희정은 미소를 지었다.

 “너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야. 너무 아름답기에, 너무 슬픈 거야.”

 뜬구름을 잡는 듯한 희정의 말에 수현은 당혹감을 느꼈다. 조금은 어이없어 하는 수현의 머리를 희정은 웃으며 쓰다듬었다.

 “너도 어른이 되면 알 수 있을 거야.”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희정에게 수현은 약간 분함을 느꼈다. 언제까지 희정에게 이렇게 어린애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또다시 수현은 답 없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4


 그 날 희정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 했던 것일까. 그 때는 아직 발병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그해, 여름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늦봄, 그녀는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도 빠른 병의 진행에 이렇다 할 치료도 해보지 못한 체 갑작스럽게 그녀는 한줌의 재로 화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보았던 희정의 마지막 모습은, 병마에 시달려 초췌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아름답게 기억되었다.




5


 ‘벌써 7년이나 지났나.’

 그랬다. 올해로 벌써 7년이었다. 조금은 아이러니 하게 느껴졌다. 당시 5살 연상의 누나를 쫒아 다니던 자신이, 지금은 5살 연하의 연인과 이곳에 다시 와 있다는 것이.


 “오빠……. 울어?”

 “응?”

 지희의 말에 수현은 생각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왜 우는 거야?”

 걱정스러운 듯 강아지 같은 눈을 하고 자신을 보는 지희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너무 아름다워서야.”

 손을 들어 눈물을 닦으며 수현이 말했다. 수현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화답하는 지희를 보며, 수현은 지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아름다워서 슬픈……. 그런 말 몰라?”

 “쿡.”

 수현의 말에 지희가 작게 웃음을 지었다. 왜 웃는 것일까. 의아해하는 수현에게 지희가 말했다.

 “오빠랑 너무 안어울리잖아.”

 “뭐야?”

 조금은 부끄러워하며 역성을 드는 수현을 보며 지희는 미소를 지었다. 돌부처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감성적인 수현의 모습에 지희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배 안고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풍경에 젖어있던 수현은 시장기를 느꼈다.

 “배고파.”

 “뭐라도 먹으러 갈까?”

 “응”

이라 대답하며 지희가 수현의 손을 잡았다. 서로의 손에 따스함을 느끼며 둘은 걷기 시작했다. 그들을 배웅하듯, 그들의 뒤로 다시 바람이 불어 벚꽃이 흩날렸다.

 흩날려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수현은 이제서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7년 전, 그녀가 말했던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슬프다던 그 말의 의미를…….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우나 벚꽃은 이내 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봄 또한 여름에게 밀려날 것이다. 하지만 슬퍼할 이유는 없다. 내년, 그리고 또 다음해, 이맘때가 되면 벚꽃은 또다시 아름답게, 흐드러지게 피어날 것이니까.

by 지녀 | 2008/06/13 16:15 | 잡다한 글들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최현동 at 2008/06/19 18:15
왠만한 사람들은 공감할만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 다만 기술적인 면에서 몇가지 지적을 하자면, 문장이 길어진 부분에서 부자연스러운 표현들이 좀 보이고, 회상씬에서 장면 전환 자체는 좋지만, 사전에 첫사랑 희정에 대한 복선이 부족하고 백혈병으로 죽었다는 설정도 진부한 느낌이 든다. 내 생각에 좀 더 극적으로 하려면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사고로 연락이 끊겨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이거나,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이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되었다고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전자라면 회상 장면에서 멀리 떠날 거라는 암시를 주고, 후자라면 안녕 고개에서 첫사랑 희정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것을 보거나 희정과 닮은 사람(그게 지희여도 되고)을 보고 희정을 떠올리는 게 좋을 거 같다.
Commented by 지녀 at 2008/06/20 09:56
최현동형//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주제가 첫사랑이 아님...
희정이 죽어야 주제가 성립되는데(...)
Commented by n.saki at 2008/06/26 15:59
와우. 현동님의 비판적인 글 최고. 멋있습니다. 제 소설도 비평좀 해주세요. 님의 글 놀방파에서 잘보고 있습니다. 팬이에여. 하하하핫. 이미 스토킹도 끝냈답니다. 그러나 양자리(시라고 알고 있는데)는 누가 자기 쫓아다니면 필사적으로 도망다닌다는 말이 있어서, 저 그냥 숨어서 지그시 지켜보고 있어여. ㅋㅋㅋ 두려우십니까? 겁먹으셨습니까? 죄송합니다. 털썩.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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